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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휴가

  • 작성자 사진: Jinkyo Seo
    Jinkyo Seo
  • 2024년 10월 18일
  • 3분 분량

아무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쉬워하는 분도 없기를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에게 쉼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가족만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행을 출발하자마자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다사다난한 와중에도 한 선교사님 가정이 떠올랐습니다.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아내가 선교사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음날 뵙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선교사님 부부와 함께 브런치를 했습니다. 저희 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지휼이가 얼마나 좋은지 소리 치며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개척하신 교회로 가서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함께 기도해야겠다는 감동이 왔습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시작된 기도회에 하나님의 큰 은혜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 눈물이 우리의 상한 마음을 씻겼습니다.


저녁에는 선교사님 가족을 저희 숙소에 식당으로 초대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산책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헤어지는 길에 선교사님이 현지에 고사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숙소에 와서 쇼핑백을 여니, 역시 고사리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봉투가 있었습니다. 브런치에 아이 선물에 봉투까지, 저희가 괜히 연락을 드렸나 싶었습니다. 서로의 형편을 뻔히 알기에 더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선교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두 분 모두 병원에 가셨습니다. 전날에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더 안 좋아지셨습니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무리하시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보양식을 고민했습니다. 오리백숙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지역 내에 유명한 곳이 있어 포장을 했습니다. 기다리는 아이들이 배고플까봐 먼저 치킨을 배달시켰습니다. 마트에 들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들을 샀습니다. 선교사님이 편찮으셔서 아이들 밥 차리기 힘드실 테니 밀키트도 샀습니다. 작지만 아이들을 위한 용돈도 봉투별로 담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선교사님 가족을 만났습니다. 편찮으신 선교사님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포장한 오리백숙을 냄비에 넣고 끓였습니다. 유명한 데라고 했는데, 약간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 끓여서 나온 음식이라 바로 드셔도 되었습니다. 왠지 이렇게 드리면 안 될 것 같아, 마늘을 20개 다져서 넣었습니다. 선교사님이 시장하실 줄 알지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더 끓였습니다. 긴장하며 한상 내어 드렸습니다. 선교사님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다행히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 안도했습니다.


선교사님이 식사하실 동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인지라, 좋은 책을 고르는 법과 다독이 주는 유익을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잘 들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선교사님 부부가 너무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먹으니까 눈이 떠지는 것 같다며, 힘이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마늘이 ‘킥’이라며 너무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표정이 한결 나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밤이 늦었지만, 다시 한 번 함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뜨겁게 서로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남편 선교사님의 오랜 고질병을 위해 함께 기도할 때, 선교사님이 우셨습니다. 제 마음도 더 뜨거워져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아내에게 마침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안아주었습니다. 기도할 때,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했습니다. 그렇게 선교사님 가족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선교사님과 아이들을 보는데,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포옹하고 축복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교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간밤에 많이 호전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도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놀랐다고 합니다. 증상이 며칠을 갈 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호전 되서 놀란 것이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오리백숙을 먹고 눈이 떠졌다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기도하는 시간들이 가장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이구동성으로 답했습니다. 오리백숙이 아니라, 기도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선교사님이 오히려 자신들이 휴가를 보낸 것 같다며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교사님 가족과 만난 시간들이 저희에게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가장 완벽한 휴가를 보냈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살아 역사하심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심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희 때문에 지출을 많이 하신 선교사님께 갚을 것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셨는데, 드려도 모자를 판인데, 받은 이 죄를 어찌 하나 싶었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저희의 기도에 응답하셨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보내신 분을 마음 다해 축복하고, 그대로 선교사님께 보내드렸습니다. 끝까지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았습니다. 귀한 여행의 기회를 주신 이랜드재단 정영일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힘을 주셨으니, 더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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