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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to meet you, too.

  • 작성자 사진: Jinkyo Seo
    Jinkyo Seo
  • 2024년 12월 25일
  • 2분 분량

요 며칠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추위가 매서워질수록 노숙인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노숙인 걱정을 한참 했습니다. 제가 덕다운패딩을 몇 개 사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이가 아픈지라 그럴 수 없음을 아쉬워했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아웃렛을 갔습니다. 마땅한 패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패딩이 두꺼우면 비싸고, 저렴하면 얇았습니다. 한참을 돌다가 예상 못 한 스토어에서 좋은 패딩을 발견했습니다. 60만 원짜리를 90% 할인 중이었습니다. 6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몇 벌을 샀습니다. 그렇게 점퍼와 목도리를 들고 서울역을 향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돈을 좀 찾았습니다. 그리곤 서울역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차디찬 바닥에 박스 하나 깔고 누워있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대부분 이불을 덮었는데, 침낭을 덮은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한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준비한 패딩을 나눠주었습니다. 식사하시라고 돈도 나눠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앳된 청년들이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온누리교회에서 나온 청년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한 어르신이 몸에 이불을 두른 채, 찬 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준비한 패딩과 식사비를 드렸습니다. 옆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다른 노숙인 것도 챙겨드렸습니다. 어르신이 감사하다며 기꺼이 받아주셨습니다. 어르신의 건강을 여쭈며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르신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어르신에게 기도해드려도 될지 여쭈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녀인 어르신을 지켜주시길 간구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돌아가는데 마음에 감동이 일었습니다. 그 어르신에게 다시 가라는 감동이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라는 감동이 어찌나 강한지 거절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서울역에 다 왔는데, 다시 돌아갔습니다. 다시 대화를 건네기 위해 따뜻한 베지밀을 두 병 샀습니다. 다시 가니 어르신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밤에 어떻게 주무시는지 여쭈니 새벽에 지하철에서 잔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노숙인이 밤새 지하도에서 떨다가, 첫 차가 오면 지하철에 오릅니다. 지하철에서 언 몸을 녹이고, 쪽잠을 잡니다. 어르신도 그렇게 추위를 견디고 계셨습니다.


어르신이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1960년생인 어르신은 건축일을 하셨습니다. 교회도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그러다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에게 사기를 당하셨습니다. 그 일로 재산상의 큰 손해를 입고,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다른 목사가 저지른 잘못인데, 제가 죄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죄송하고 민망함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한참 어르신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이 마치고, 이번에는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만난 노숙인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며 술을 끊고, 아파트 경비 일을 몇 년째 하시며, 자기 집을 얻어 자립한 노숙인의 이야기를 어르신이 경청해 주셨습니다. 어르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르신께 다시 기도해 드려도 될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이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어르신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어르신을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어르신을 위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신 줄 믿습니다. 자녀를 살릴 수 있다면, 부모가 기꺼이 대신 죽을 수 있듯이, 주께서 지으시고 자녀로 삼아주신 어르신을 살리려 기꺼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어르신이 통곡하며 우셨습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셨습니다. 결신기도도 함께 했습니다. 어르신은 십자가에서 날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고, 마음에 주인으로 모시기를 입술로 고백하셨습니다. 제가 한 문장, 따라서 어르신이 한 문장 기도하는데, 울음이 북받쳐 정확하진 않아도 잘 따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기도가 마치고도 한참을 우셨습니다. 어르신께 인근에 좋은 교회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꼭 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교회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지갑에 있는 모든 돈을 어르신의 손에 쥐어드리고 일어섰습니다. 돌아서는 제게 어르신이 인사했습니다.


"Nice to meet you."


어르신의 얼굴이 어찌도 해맑던지요. 원래 저런 미소를 가지셨구나 싶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신 어르신께 저도 미소로 답했습니다.


"Nice to meet you,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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