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어떤 사람들은 참 쉽게 가는 것 같습니다

  • 작성자 사진: Jinkyo Seo
    Jinkyo Seo
  • 2024년 7월 15일
  • 2분 분량

ree

어떤 사람들은 참 쉽게 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고생길만 걸어갑니다. 그렇게 고생했으면 조금은 순적할 법도 한데, 고생은 그치지 않습니다. 민찬양 목사님이 새로운 교회로 위임을 받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척한 교회와 합친다고 하셨습니다. 순적한 길이 열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큰 아픔을 겪은 교회, 성도가 한 명도 남지 않은 교회, 여전히 큰 어려움들이 산적한 교회와의 합병이었습니다. 목사님의 몸이 지금도 성치 않으신데,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실까 걱정되었습니다.


위임식이 있던 날, 설교와 권면으로 서신 목사님들이 교회의 아픈 시절들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민찬양 목사님이 지는 십자가가 너무 버거워 보였습니다. 축사자인 제 차례가 되어 강단에 섰습니다. 준비한 말이 있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한 채 서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축하할 수 없는 목사님께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지난 날 제가 만났던 담임목사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사역지에서 만난 담임목사님들은 참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려 몸부림치셨습니다. 몸과 마음이 참 많이 아프셨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담임목사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는 어느 교회 담임목사 위임식에 갔습니다. 위임을 축하한다며 꽃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죽으러 가는 사람에게 꽃을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고난과 아픔으로 점철되는 그 자리가 너무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하루는 전주에서 사역을 마치고,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동기를 만나러 갔습니다. 전주새중앙교회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는데, 담임이신 홍동필 목사님이 나오셨습니다.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동행했습니다. 가족처럼 보였습니다. 모두 차를 탔습니다. 잠시 후, 차가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후진을 했습니다. 다시 앞으로 갔다가 또 후진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내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저도 차에서 내렸습니다. 담임목사님께 다가가 인사를 했습니다.


목사님은 제 어깨를 두드리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젊은 가족들은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목사님의 가족이 아니라, 교회에 성도였습니다. 차를 새로 샀는데, 목사님께 기도 받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성도의 차가 유유히 주차장을 나갈 때였습니다. 노을빛에 흐뭇하게 웃는 목사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목사님이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좋은 차를 사서 너무 행복하다.”


성도가 좋은 차를 샀다며 행복해하는 담임목사님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습니다. 주름진 눈가에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담임목사의 영광이 무엇인지 보았습니다. 한 평생 맡겨주신 양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담임목사만 지을 수 있는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 미소가 얼마나 부럽던지요. 돈으로 살 수 없는, 흉내낼 수 없는 따스하고 푸근한 미소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런 미소를 짓는 인생이 얼마나 복된지 절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담임목사만큼 영광스러운 자리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엔 상처가 아픔이라고 여겼습니다. 고통으로만 여겼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목회자에게 상처는 훈장입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다 받은 상처는 하나님이 주시는 훈장입니다. 마땅히 감당할 시험밖에 주시지 않는 하나님께서 나를 인정해주신 증표입니다. 내가 받을 만하니 주신 영광스러운 훈장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십자가의 상흔을 부활체에 남기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한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한 흔적을 남기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삶이 없는 줄 믿습니다.


사랑하는 민찬양 목사님, 앞으로 더 많은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목사님을 귀하게 여기시고, 가장 영광스러운 길에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 흔적을 간직하고, 주님이 주신 훈장들을 가슴에 달고, 주님 부르실 때까지 그 길을 걸어가실 목사님의 인생이 참 복되십니다. 한일성서교회의 위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Nice to meet you, too.

요 며칠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추위가 매서워질수록 노숙인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노숙인 걱정을 한참 했습니다. 제가 덕다운패딩을 몇 개 사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이가 아픈지라 그럴...

 
 
 
한 번 담임은 영원한 담임

6년 전, 번아웃에 빠졌을 때였다. 마음에 가느다란 실이 마침내 끊어진 것 같았다.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다. 무작정 부산에 갔다. 담임목사님이 해운대에 호텔을 잡아주셨다. 다음날 아침에 목사님을 뵈었다. 백사장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웃으시던...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