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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는 목자가 아니에요. 양을 치는 개에요.

  • 작성자 사진: Jinkyo Seo
    Jinkyo Seo
  • 2024년 10월 18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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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목사님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저는 주저 않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대구 엠마오교회 한창수 목사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훗날 제가 목회한다면, 목사님의 반에 반이라도 좇아간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싶었습니다. 설교와 목양과 사랑에 본이 되시는 목사님을 멀리서나마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목사님은 303비전성경암송학교의 교장으로서 성경암송의 삶을 살아가십니다. 늘 성경을 암송하고, 전하고, 살아내십니다.


이년 전에 전신근 목사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경의 주요 장을 통째로 암송하셨습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 시간씩 성경을 암송하십니다. 목사님과 대화하는데 인상적인 말이 있었습니다. “암송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예요.” 성경을 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씩 암송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셨습니다. 내 입으로 성경을 말하고, 내 귀로 들린 말씀을 마음에 새기셨습니다.


목사님의 말을 듣다가, 이거 어디서 듣던 말인데 싶었습니다. 한창수 목사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분이 서로 알지 못하셨습니다. 똑같은 말씀을 하시고, 똑같은 삶을 살아가시는데, 서로 모른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구에 사시는 한창수 목사님을 찾아뵈러 전신근 목사님이 KTX를 타고 기꺼이 내려와 주셨습니다. 저는 경주에 집회를 마치고 합류했습니다.


어떻게 두 분을 잘 소개할까 내심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제가 할 일이 없었습니다. 말씀을 사모하는 분들이 서로를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한창수 목사님은 303비전이라는 성경암송 사역으로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셨습니다. 그런데 그 울타리 밖에서, 전혀 상관없이 암송을 하는 전신근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서로를 존경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서로의 입에서 같은 말이 나와 놀라셨습니다. 서로에게 새로운 통찰을 배움에 놀라셨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습니다.


한참을 대화하다 제주도에서 사역하시는 이강혁 목사님이 합류하셨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이강혁 목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실은 저희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저희의 삶이었습니다. 한창수 목사님의 눈시울이 붉어지셨습니다.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 목회자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셨습니다. 한창수 목사님은 오랫동안 지역 내에 개척교회들을 도우셨습니다. 개척교회에 무상으로 예배당을 제공하고, 비전센터로 사용하려고 준비한 공간도 개척교회에 무상으로 내주셨습니다. 사례비를 지원하고, 가족여행을 보내주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역을 감당해 오셨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님 스스로가 교회 개척의 당사자이기도 하십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조심스레 입을 여셨습니다.


“목회자는 목자가 아니에요. 양을 치는 개에요. 양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엇나가면 바른 길로 밀어 넣어요. 우리는 양들을 책임질 수 없어요. 목자이신 예수님이 책임지시지요. 양들이 예수님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에요. 때문에 자랑할 것도, 서운할 것도 없어요. 그래도 양 치는 개는 주인 곁에서 잘 수 있잖아요. 우리는 주님 곁에서 잠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목사님의 말에 저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지나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말보다 눈으로 더 깊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목사님의 눈에 고인 눈물이 후배 목회자들에게 큰 위로요 격려가 되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사람을 보고 목회한 적 없어요. 하나님을 보고 목회했어요. 하나님을 사랑해서 목회했지, 사람을 사랑해서 목회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하지도 않아요.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니 괜찮아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내가 바라봐야 할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말씀에 마음에 상처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저 전신근 목사님을 소개해드리고 싶어 찾아왔는데, 제가 더 큰 사랑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는 저희 세 사람에게 목사님이 큰 선물도 주셨습니다. 끝까지 목사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저희 세 사람 모두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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